책/사회과학

[책 리뷰] 엄마는 페미니스트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나탈리H 2020. 9. 27. 09:00

 

안녕하세요

오늘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책입니다.

저번 포스팅에서 같은 저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리뷰한 적이 있죠. 

 

엄마는 페미니스트

 

이번 책은100페이지 남짓의 정말 얇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의 친구가 딸을 낳고 

자신의 딸을 페미니스트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서

한 자 한 자 적기 시작한 책입니다. 

 

먼저 페미니즘에 있어 

공식과도 같은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 - '나는 중요하다' 는 전제. 

 

'~하다면 나도 중요하다', 

'~하는 한, 중요하다'가 아닌 

그냥 페미니즘의 전제로 '나는 중요하다'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 - 00를 반대로 뒤집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가?


남편의 외도를 한 번은 용서할 수 있다. 

아내의 외도를 한 번은 용서할 수 있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이 같다면 페미니스트적인 대응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남자들은 다 그렇지." 라는 생각은 

남자들의 도덕적 기준을 낮게 생각하고

여자들이 더 넓은 관용을 가지고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친구의 아기(치잘룸)을 페미니스트로는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1. 충만한 사람이 될 것

 

워킹맘으로서의 죄책감은 갖지 말고 

뭐든 다 해낼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받을 것.

'만능'인 여자라는 말은 

가사와 육아를 여자만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말이므로 

'만능'이 되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라고 말합니다.

 

2. 같이할 것

 

남편이 육아를 돕는다, 

남편이 아이를 봐 준다. 는 말은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해서 아이를 낳기로 했는데 

원래 여자의 일인듯 치부하는 표현입니다. 

동등하게 일을 분담해야하는데 

자로 잰듯 같을 순 없지만 

평등하다면, 육아에서 오는 분노는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와닿았던 점은 이번에도 역시

좀 마음을 가볍게 가지라는 말입니다. 

남자가 여자만큼 아이를 완벽하게 씻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큰일이 나진 않으니,

완벽주의를 자제하길 당부합니다.

 

내가 가진 완벽주의를 누른다는 건

말처럼 쉽지는 않고

여러 번 설명하고 지켜보느라 신경 쓸 바엔

'내가 하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해버리는 경우 있죠?

남자들도 기계에 대한 걸 설명해주다가

'아휴 됐어 내가 해줄게' 할 때도 많고요

누군가가 나아지길, 발전하길 바란다면

그 사람의 실수도 지켜봐 줘야 하는데

우리는 가끔 그런 면에서

너무 참을성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3. '성 역할'을 완벽한 헛소리라고 가르칠 것.

 

'여자'라는 이유는 그 무엇에 대한 이유도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인형과 로봇을 가지고 놀 수 있다고 가르쳐줘야 합니다.

 

4. '유사 페미니즘' 위험성에 주의할 것

 

'유사 페미니즘'은 조건부적인 여성평등을 주장하는 사상입니다.

저자는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건, '그렇거나, 아니거나'이지

중간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유사 페미니즘은

"운전은 남자가 하지만 앞좌석에 앉는 사람은 여자다"

"여자에게 잘해 줘야 한다."는 사고를 합니다.

이런 사고는 

"물론 아내가 항상 집안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아내가 여행 가고 없을 때는 나도 하거든."

이라는 남자의 말로 이어집니다. 

 

'화난 페미니스트가' 될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제 엄마 또래의 분들과 일을 많이 하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나와서 바쁘면, 늦게 들어가면

'신랑 밥은 누가 차려줘?'라고 물어보시는데요. 

그럼 '제 밥은 누가 차려주나요?'

 

밖에 나와 노는 것도 아니고 일하다가 

늦게 들어가는데, 똑같이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데 

누군 차려주는 밥을 먹고,

누군 일하고 들어와서 또 밥 차려야 하나요?

 

정작 남자는 전혀 불만이 없는데 

옆에서 '아이고 신랑 불쌍하다'라고 연발을 하는데

처음에는 내가 내 역할을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조금 속상했는데, 이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속상한 게 아니라 화가 난 거였습니다. 

그런 성차별에 화가 납니다.

 

제가 '드센 여자'라서

남편이 저한테 밥을 못 얻어먹는 게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 해도 뭐, not your business 아닌가요ㅋㅋ..)

 

 

5. 독서를 가르칠 것

 

6. 흔히 쓰이는 표현에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칠 것

 

여자들의 ○○를 비판하면서 남자들의 ○○은 비판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여자라는 점이 문제인 거라고 가르쳐. ○○에는 분노, 야망, 시끄러움, 완고함, 냉정함, 무자비함 같은 단어들을 집어넣어줘. 

pp.47-48

 

엄마는 페미니스트

7. 결혼을 업적처럼 이야기하지 말 것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성을 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여자가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건 안 했건,

바꿀 필요가 없는 건 안 바꿔도 된다고 가르치라고 합니다.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

익숙한 말이죠?

하지만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서는..."이라는 문장은

조금 생소한 것 같습니다. 

결혼은 열망해야 할 것도 아니고 업적이 아님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8. 호감형 되기를 거부하도록 가르칠 것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좋아할 수 있는 주체이며

'누군가'가 싫어하거나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인지시켜줘야 합니다. 

정직한 사람, 친절한 사람,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9. 민족적 정체성을 가르칠 것

 

아디치에는 치잘룸이 이보족 여자로 생각하면서

자라게 하도록 가르치라고 합니다. 

문화적, 민족적 정체성을 배우고

긍지를 가르치라고 말합니다. 

 

 

10. 아이의 일, 특히 외모와 관련된 일에 신중해질 것.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하지만

짧은 치마가 '부도덕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창녀 같아 보인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복장과 '부도덕성'을 연결 짓지 않도록 해아 한다.

 

11. 우리 문화가 사회규범에 대한 '근거'를 들 때 

선택적으로 생물학을 사용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도록 가르칠 것.

 

 

12. 일찍부터 성교육을 할 것.

 

 

13. 사랑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 응원해 줄 것'

 

14. 억압에 대해 가르칠 때

억압당하는 사람을 성자로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것.

 

 

15. 차이에 대해 가르칠 것.

 


 

 

이렇게 침대 머리맡에 두는 책입니다.

이 책은 얇아서 금방 읽어버릴 수 있으니 

한 챕터씩 자기 전에 읽었어요. 

항상 읽을 때마다 좋은 것 같아요. 

 

내용이 좋고 생각하기도 좋아서 

너무 빨리 읽어버리면 아까워서 

아껴 읽은 책이기도 합니다. 

 

알면 알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페미니즘의 기반은 

'양성평등'에 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30대 초반이 되니까 

주변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지인들이 많아졌는데 

오히려 나이 든 분들은 '아이'에 대해 묻는 걸 조심하더라고요.

근데 아이를 가지거나, 임신을 한 제 또래가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이 낳아보니까~'

'결혼해보니까~'

 

대게 이런 말은 아직 결혼을 안 한 친구나 

아이를 안 낳은 친구한테 

충고에 가까운 어투로 말을 하죠

 

아이를 낳은 건 축하할 일이지만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아이를 안 낳은 사람에게 

충고할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죠.

결혼을, 출산을 업적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편하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말이 있죠.

 

진정한 충고는 

충고를 하면서 내 마음이 아파야 한다. 

 

 

 

 

엄마는 페미니스트

 

저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텐데

엄마가 되기 전에 

이 책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름대로 내가 생각해온 육아의 원칙이

흔들릴 때도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칙이라 생각해 온 것이

불변의 진리는 아닐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가 페미니스트이고

자녀를 페미니스트로 키우겠다는 믿음에 있어서는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이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