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문학

[책 리뷰] 나는 괜찮지 않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 당신도 나르시시즘 장애일 수 있다.

나탈리H 2020. 10. 12. 08:25

 

 

나는 괜찮지 않다. 

 

 

작가 소개 - 배르벨 바르데츠키

 

'상처 받은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하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로서 35년간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왔다.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알코올, 약물 등 각종 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저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특성이 깔려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결국 '나르시시즘'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히는 학문적 연구와 저서로 큰 주목을 받았다. 

-책 표지를 참고했습니다- 

 


이 책의 주요 키워드가 되는 '나르시시즘'은

우리말로는 '자기애'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자기애가 지나친 사람들은 절제를 모르고

자신은 물론 주변인도 혹사시킨다.

외적인 것에 치중하며,

외모가 화려해질수록 내면은 가난해진다.

이 책에는 온갖 여성들이 등장한다.

열등감에 빠져버린 여자, 외모에 집착하는 여자,

애정을 원하면서도 피하는 여자,

섭식장애를 겪는 여자,

부모에게 과하게 의존하는 여자.

 

저자가 상담해온 많은 여성들을

책에서 만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저자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이 책은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 여성적 나르시시즘이란?

 

우월감과 열등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우월감으로 위장하기도 하고,

우월감으로 위장했지만

속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항상 밝은 모습,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겉모습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며

내 지인 A가 떠올랐다.

 

물론 여자고 나랑은 사이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A는 자기 주변의 모든 여성을,

아니 대부분의 여성을 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자신은 완벽하고, 자신이 입는 옷, 사는 것에 대해

다른 여성들이 자기를 질투를 하고 따라 하고,

그들이 자기보다 물건을 고르는 센스가 없거나 부족해서

우월한 자신을 따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A주변에는

왜 항상 그런 사람뿐인지 궁금했는데

어쩌면 A가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친해서 그러려니 하고 들었는데

가끔 이야기하다 보면 내용이 없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어떤 이슈에 대한

내 생각, 감정, 의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가(A의 지인) 뭘 샀다, 본인이 명품을 샀다

그냥 주제의 대부분이...

화려한 소비에 대한 이야기다.

대화를 마치고 나면 사실 남는 게 없다. 

 

여성적 나르시시즘은

'현대 여성'에게서 자주 관찰된다고 하는데

뭔가를 보여주려 하고, 발전해야 하고,

남들에게 좋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심리다.

 

자신의 계획대로 남들에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항상 외적으로 과하게 신경을 쓰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그들에게 안정성이란 없다.

그런 여성들을 보면 대부분

비판받는 게 두려워 연인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연인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 어린 시절 경험으로 인한 상처

 

'여성적 나르시시즘'의 원인은

여러 가지 일 수 있지만 어린 시절 경험,

예를 들자면 그 경험이 학대일 수도 있고,

분리불안 일수도 있으며 부모에 대한 증오감일 수도 있다.

 

또는 부모의 야망대로 키워진 아이들은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다.

자녀에 대한 '소유욕'이라고 책에서 표현하는데

과한 기대로 자녀들을 압박하는 상황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한국사회에서든 어디서든,

'엄마가 못 배웠으니 너라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등의

가치관이 유아기에 과하게 가해지면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모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있지만

성적 학대처럼 부모의 잘못된 대처나 판단으로

평생을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게 되는 경우도 소개된다. 

 

3. 극과 극을 달리는 마음

 

 

나는 괜찮지 않다 p.219

이렇게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열등감과 우월감을 넘나들면서 거짓 자아를 형성한다.

이 거짓 자아는 남들에게 보일 내 모습에 관한 것이다.

 

사실 이 챕터에서는 내 자신도 돌아봤다.

나는 쉴 새 없이 활동하는 편이고

집에서 쉴 때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편이고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음에

죄책감을 느낀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쉬는 게 편하지 않다.

뭐에 강박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평일에 출근해서 밤늦게 들어오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까 집안일에 소홀하게 되니까

할 수 있는 시간에 뭐라도 하려는 강박인 듯한데

나 또한 '나르시시즘'의 증상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대 여성들이 그렇듯, 나는 고집도 세고

자존심도 세고, 자존감도 강한 편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심하게 의존하며 살지 않도록

자립심도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쳐왔다.

 

나는 남자 형제가 없고 언니들만 둘이 있어서 그런지

어떤 일에 있어 '남성이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다.

우리 엄마도 그랬고 언니들도 마찬가지다.

아빠도 바느질을 잘하시고

엄마도 무거운 걸 잘 옮겨서 그런가...

 

못하는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서

혼자 어떤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완벽주의나,

강인함 같은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에 리뷰했던 책중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읽으며

나도 그저 예민한 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좀 더 나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는 걸 다짐했다. 

 

 

4. 치유와 성숙의 과정

 

'나르시시즘'이 불치병은 아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에 내담자들은

속내를 털어놓는 것을 상당히 어려워하고

감추는 데는 선수들이었다고 말하지만

하나하나 이야기를 꺼내다 보면

내담자들도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무의식이 통제당하면서 스스로를 가두고

고통스럽게 했던 면들을 마주하고 치유해갔다고 한다.

타인의 눈에 보이기 위한 '거짓 자아'가 아닌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정말 살다 보면 피곤한 사람 많이 만납니다. 남들은 별로 관심도 없는데 세상 사람 모두를 의식하며 신경 쓰는 사는 사람도 있고, 세상 모든 사람 소식에 관심 가지면서 확대 해석하고 과대망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얘는 이렇더라, 쟤는 저렇더라. 그 사람 빼고 모임이라도 하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한테 다 전화해서 재밌게 놀았냐, 무슨 이야기했냐며 귀찮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내담자들의 상태가 제 지인들 중에도 꽤 많더라는 겁니다. 물론 정도가 내담자들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꼭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 저 역시도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솔직한 내 모습을 사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