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문학

[책 리뷰]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김영민 지음 / 죽음을 친근하게 여기고 살아가기.

나탈리H 2020. 10. 15. 11:25

 

죽음 하면 떠오르는 것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죽음'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이미지나 단어가 떠오른다.
어릴 때 교회를 다녔던 나는
천국과 지옥이 생각나기도 하고,
최근에는 영화 신과 함께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나태 지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배불러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더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

죽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는
민족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하셨다는 말도 생각난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라던가 '죽기 살기로 한다' ...
뭐 이런 말들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감이다. 생활에서는 멀어지지만 어쩌면 생에서 가장 견고하고 안정된 시간. 삶으로부터 상처 받을 때 그 시간을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고." 

pp 7-8

 

 

 이 책에서는 일상, 학교, 사회, 영화, 대화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대하는
저자의 시선을 읽을 수 있다.
저자 김영민 교수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고 한국 일보 연재 칼럼을 비롯한
산문 56편을 엮어서 책을 냈다.
사실 이 책의 칼럼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칼럼은
'추석은 무엇인가'일 것이다. 

 

 

 

친적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 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 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칼럼이란 무엇인가. 

p. 61 

 

이런 시각이 재밌어서 책을 샀다는 사람들은
실망했다고도 한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내 나이가 딱 '출산'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나이기는 한데 ...
그럴 때 큰고모, 큰아버지같은 집안의 어른들께
"후손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기는
사실 불가능 아닌가 싶다.
오랜만에 뵙는 친척들 앞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되묻는 것보다
차라리 '노력 중이다'(선의의 거짓말이라도)
라던가 '배우자와 상의하고 있고
둘이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등의 답안이
차라리 명쾌하지 않은가?

솔직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다지 와 닿는 칼럼은 아니었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치고는
기발하지도 않고...
내겐 그다지 재치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책을 쓰기 위한 칼럼들이 아니라,
칼럼을 묶어서 책을 만든거라서 제목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 내용의 칼럼이 있고
통일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아침에 한 장씩 읽기 좋을 것 같고,
잠들기 전에 한 장씩 읽기도 좋을 것 같다.
(아 화장실에 두기도 괜찮을 것 같다)
앉은자리에서 술술 읽어지기는 하지만
그렇게 읽기에는 내겐 별로고, 천천히
한 장씩(칼럼 한편)씩 읽고 생각하기는 좋다. 

 

이 책이 내게 썩 와닿는 책은 아니지만
장점을 꼽으라면 '죽음에 대한 준비'다.
'죽음'은 두려운 존재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의 종착지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오늘이 내 마지막 하루가 될 수도 있고,
어제가 내 마지막 하루였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오늘 하루 잘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던 주인공은
하루를 살고 다시 되돌아가서 그 하루를 살았다.
그렇게 하면 보지 못한 햇살을 보고,
그렇지 못했던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며
좀 더 값지고 행복하게 하루를 '다시' 보내곤 했다.

하지만 결국 택한 삶은 시간여행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삶이었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아침에 이 책을 보면 피곤하긴 해도
오늘 하루 또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고
자기 전에 보면 별것은 아닌데
하루 종일 머릿속을 괴롭히던 잡념들을
떨칠 수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