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AFTER (여행후기)

[프라하] 하벨시장, 무하미술관, 바츨라프 광장 그리고 까를교 디너

나탈리H 2020. 9. 11. 09:29

 

구시가 광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천문시계를 만났고

그러다 보니 호스텔에 도착해버렸어요. 

아직 시간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잠시 고민을 해보고는

 

옷이나 갈아입을까? 

왜? 

시간 많으니까 리프레쉬를 위해서?

아, 그래 그게 좋겠다. 

 

비록 여정은 8박 10일이었지만

이미 캐리어에는 10일 치 이상의 옷이 준비돼있고

그러면서도 옷가게를 보면 지나치질 못하는

두 여자의 여행.

 

치렁치렁 원피스를 벗어던지고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풀어헤친 머리를 묶어버리고

마치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것처럼!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난 곳은 

하벨시장

 

구시가지에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고 
길거리 시장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 ,
피렌체의 가죽 시장도 이랬던 것 같은데
복잡하고 괜히 조심하게 되고 들뜨는 분위기다.

 

 

 

프라하 하벨시장

 

 

한국에서도 과일을 많이 먹으면서도

외국여행 가서도 예쁜 과일을 보면 지나치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하벨시장에 온 목적은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

 

여기는 프라하라고 적히지 않은 물건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기념품 천국이다. 

 

책갈피, 손톱깎이, 손톱파일, 오르골까지...

없는 게 없다. 책갈피 10개, 손톱 파일 10개

이렇게 원하는 그림 골라서 살 수 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사 와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가 좋았다. 

 

이런 길거리 시장 가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지극히 주관적)

 

1. 맨 앞에 가게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기.  

보통 첫 가게는 가격이 비싼 경우도 많고

첫 가게보다 뒤로 갈수록 꿀템들이 많다. 

 

2. 가격 과하게 깎지 않기. 

가격표가 적혀있거나 붙어있는 경우에는 

웬만하면 깎으려고 하면 괜히 기분만 나쁘다. 

게다가 특히 하벨시장의 경우에는 

가게들의 기념품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 

 

3. 물건 만질 때 양해 구하기

책갈피나 물건들이 가판대에 널려있고 고르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 어딘가에 걸려있거나,

오르골이 있는데 작동시켜보고 싶거나. 

팔기 위해 있는 물건이니 만져볼 수는 있지만

팔기 위해 있는 물건이니

함부로 만지는 것도 실례일 수 있다.

그래서 만져도 되냐고 물어보거나,

물건을 가리키면 살짝 웃거나 이런 행동만 해도

주인이 직접 꺼내 주시기도 한다. 

 

 

 

프라하 하벨시장

 

프라하의 하벨시장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했던 것 같다. 

비가 갑자기 쏟아져서 가게의 천막 밑에 살짝 숨었는데

웃으면서 더 들어오라고 받아주기도 하고 

내가 마침 지나가는데

바로 위의 비닐천막이 찢어지면서 빗물이 쏟아져서

한참 웃기도 하고 

놀러 가서 비 온다고 짜증 내봐야 내 손해 아닌가!

그리고 금방 그쳤으니 너무 다행이었다.

 


 

하벨시장에서의 길거리 쇼핑이 끝나고

그다음은 실내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체코 아르누보 미술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하 미술관으로 걸어갔다. 

 

 

무하 미술관

 

'알폰스 무하' 는
프랑스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 포스터로 유명세를 탔고
그 당시 포스터들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었고

도시의 상업화에 따라 필요해지던 광고판들은 

모두 예술가의 창작품이 되었던 시기다.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도

알폰스 무하의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다른 전시 보러 갔다가 테이블 매트가 너무 예뻐서 

선물용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

 

'아르누보'라는 말은 '새로운 예술'이라는 의미인데

표현의 범위가 꽤 넓은 것 같다. 

무하의 작품으로 봐서는 

공통적으로 구불구불한 선과 장식, 

덤불 모양의 가지들, 섬세한 꽃무늬,

그리고 실루엣이 아름답게 서있는 여인.

정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차분한 분위기와 질서 정연함이 평안을 준다. 

그다음으로 걸어서 향한 곳은바츨라프 광장이다.  

 

 

바츨라프 광장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광장쯤 되려나. 

우선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공연 준비도 하고 있었고 

단체 모임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데이트하고 있는 연인들도 많았고 

가족의 외출도 많았고 관광객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도로 가운데 화단이 너무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고 

비록 차도가 있었지만 

인도가 워낙 넓어서 그랬는지 

광장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정처 없이 목적 없이 광장을 돌아다녔다. 
화단에 앉아서 사진도 찍고, 사람 구경도 하고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어가서구경도 하고,
자유로운 기분으로 여행했다.

 


다행히도 이때부터는 비가 오지 않아서 
예쁜 식당에서 저녁을 먹자 싶어서 💜
그리고 와인도 한잔 할 수 있으니 
되도록 숙소 가까운 데서 저녁을 먹으려고
까를교로 돌아왔다. 

 

 

까를교 레스토랑

 

다리에서 보이던 바로 저 레스토랑이 눈에 띄는데

도대체 저 다리 아래로는 어떻게 가는 걸까?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도와줘 구글맵'

역시 구글맵은 은인이다.

저기 보이는 레스토랑 이름을 검색하니 

구불구불한 지하도까지 찾아서 길을 안내해줬다. 

 

사실 뭘 먹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맛있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만족스러웠다'
는느낌뿐이다. 

 

원래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라
분위기로 밥 먹은 것도 기분 좋았다.
이렇게 프라하의 마지막 날이 저물었고 
아쉬워서 까를교를 몇 번이나 나갔다 오고...
그 유명하다는 굴뚝빵도 먹었다

 

 

 

프라하의 굴뚝빵

 

달고 맛있었는데...

너무 맛있었는지 친구는 원피스랑 나눠먹기까지 했다.

우리만 이렇게 먹었던 걸까.

 

원피스까지 버렸으니 이제 미련 없이

프라하를 떠날 수 있다! 

 


 

화약탑도 못 갔고, 

존 레넌의 벽도 못 갔고, 

사실 프라하에서 다녀온 관광지보다

못 본 곳이 훨씬 많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이었기에 

하루 동안 우리가 느낄 수 감정은 충분했다고 본다. 

 

어디 갔는지, 뭐했는지 기억 못 할 만큼 

다니고 싶지 않아서 자유여행을 선택했던 만큼

다녀왔던 모든 곳들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미련 없이

프라하를 떠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라하를 떠나던 기차를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결국엔 그렇게 되고 말았다. 

 

 

 

예고 

지옥행 열차 O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