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설

[소설 리뷰]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 이마무라 나쓰코 지음/상식에서 벗어난 인간의 매력

나탈리H 2020. 9. 19. 09:00

 

안녕하세요

오늘은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귀여워서, 그리고

제가 보라색을 좋아해서 구입하게 된 소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에 대한 리뷰입니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이 책은
2019년 16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입니다.

일본 현대문학의 지표이자 신인 작가에게 주어진

최고의 영예로 통하는데요,
작가 이마무라 나쓰코는 현재 일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책의 페이지는 139페이지로 가벼운 분량이고

문장이 평이하고 담백해서 시작하기에

두려움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섬세하고 매력적인 인물묘사라는 평이 많습니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는 뭐가 특별한 걸까요.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우리 동네에는 보라색 치마로 불리는 여자가 있다

항상 같은 옷차림에 냄새나고 푸석푸석한 머리 
일주일에 한 번꼴로 상점가에 나타나 크림빵을 사 가고
공원에서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고
뚜렷한 일자리 없이 오래된 빌라에 혼자 살면서
나의 집요한 관찰 대상이 되는 보라색 치마.

나는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저는 작은 동네에서 자랐기 때문에

실제로 동네에 이런 이모? 아저씨? 들이 있었어요.

다만 좁은 동네라서

그분들의 사연을 다 알기는 했지만요. 

 

하지만 새로 살게 된 곳에서 

그런 분들을 봐도
그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자세히 관심을 가진다거나,
먼저 말을 걸어본 적은 없었어요. 

 

일본의 소설은 일본스러움이 매력이긴 하지만

생각이나 사회현상, 그런 정서들이
우리나라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보다 변화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인지
남일 같지 않더라고요.

이번 소설 역시 그랬어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비치는
씁쓸한 사회의 이면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전체적인 줄거리가 포함되어있지만

결말 스포는 없습니다.

 

 

 

 

 

 

 

보라색♥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일주일에 한 번꼴로 동네 빵집에서 크림빵을 사서 

공원 '보라색 치마 전용석'에 앉아서 먹는 여자.

그리고 그걸 관찰하며 지켜보는 '나'. 

왜 그런지 모르게
그녀와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을 받는다. 

'보라색 치마'는 우리 언니, 학창 시절 친구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최근 보라색 치마는 일을 안 나가는 것 같다.
마침 '내'가 일하고 있는 호텔에 구인광고가 떴다.

구인광고를 뒤적이는 보라색 치마가 볼 수 있게

표시하는 정성을 들였고, 결국 계획은 성공한다. 

그렇게 '보라색 치마'는 '내'가 일하는

호텔에 객실 청소 업무를 맡게 되고 

'나'는 보라색 치마의 집 앞을 서성거리지 않아도 

더 가까이서 그녀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인용구

 


 

'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독자도 '나'의 감정에 동조하게 만들고 

보라색 치마의 묘사를 읽다 보면 

왜 그리 '내'가 보라색 치마에 대해 궁금해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 있게 느껴진다. 

 

엘레베이터에 같이 탄 보라색 치마가 그저 "수고하십니다" 하고 머리를 숙였을 뿐인데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뭐야, 멀쩡하게 말 잘하네
- 생각보다 야무져 보이는데
그 반응을 보고 나도 한시름 놓았다. 

p.35

 

 

같이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보라색 치마는 '나'의 걱정과는 달리

 꽤 괜찮은 사회생활을 해나갔다. 

목소리를 키우려도 노력도 하고 동료들이나 

공원에서 자기를 놀리던 아이들과도
호텔에서 받아온 초콜릿을 나눠먹을 만큼
친해지기 시작하고 조금씩 달라졌다. 

 

 

 

오늘은 이 사람, 내일은 저 사람, 쉴 새 없이 대상이 바뀌면서 뒷담화는 계속된다. 늘 누군가가 누군가의 얘기를 한다. 베테랑이든 신입이든 관계없다. 나는 거의 모든 사람의 뒷담화를 들어봤다. 물론 중에는 보라색 치마 얘기도 있었다. 

p.79

 

보라색 치마에 대한 뒷담화가 있다는 건 

보라색 치마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는 가까이서, 하지만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히노 씨 말이야. 처음 들어왔을 때랑 분위기 좀 달라졌지?"
"응, 맞아."
"동글동글해지고 밝아진 것 같지 않아?"
"맞아. 그래."
"처음엔 얼굴이 영 어둡고 창백했잖아."
"지금은 건강해 보이는 편이지."
"응, 맞아." 

 

이렇게 행동뿐만 아니라 

외모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달라진 
'보라색 치마'

조금씩 달라지면서 보라색 치마는

점점 공원에 나타나는 빈도가 줄었다.

'보라색 치마'
히노씨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 

 



 

보라색 치마는 비정상?

상식에서 벗어난 인간?

 

비정상과 비상식에

매력을 느끼는 '나'는

정상인걸까?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보라색 치마가 내 언니와 닮았다면 보라색 치마가 동생인 나와도 닮았다는 말이 될까, 되지 않을까. 공통점이 없지도 않다. 저 쪽이 '보라색 치마'라면 이쪽은 이른바 '노란색 카디건'이라 할 수 있으니까. 

아쉽게도 '보라색 치마'와 달리 '노란색 카디건'은 그 존재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p.7

 

사실
'나'는 보라색 치마를 스토킹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녀의 생활패턴은 물론이고 직장과 집까지
알고 있었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지저분한 손톱으로 음식점에 이력서를 낼 때마다
왜 저럴까 안타까워하며 지켜봤고

그녀가 단정치 못한 머리로 면접을 보러갈까봐
샘플 샴푸까지 문 앞에 걸어놓을 만큼
보라색 치마를 응원했다.

 

 

사실 '내'가 '보라색 치마'를 지켜보는 정도가
오지랖을 넘어선 관음증이 아닌가 싶지만

나쁜 의도가 없고 애정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사실 모든 악질 스토킹의 시작도 애정이겠지만)

'나'의 시점을 따라
독자도 보라색 치마를 응원하게 된다. 


 

 

사실 보라색 치마가 받고 있는 관심
'내'가 그녀에게 쏟는 관심

현대인이 SNS통해서
주고받는 관심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것도 알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날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

자극적인 사진이나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방 모르게 그 사람을 염탐하기도 하고

가끔은 근거 없는 내용으로

그 사람의 실체도 모르면서 헐뜯고 욕도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눈여겨보고 싶은
보라색 치마의 행동은 

그녀가 공원에 나오는 횟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공원은 예측 가능한 보라색 치마의 행동반경이다.

행동반경에서 벗어난다는 건 보라색 치마가
자신만의 방에서 나와서

이제야 본격적으로 사회 밖으로 나온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 있다.

처음에는 엄마 뱃속에만 갇혀있다가 

집-학교, 거기서 학원을 거치고 

회사, 사회인 모임, 마트, 백화점 등
점점 행동반경을 넓혀가는 모습이 연상이 됐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험한? , 생각과는 다르게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단단해져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변질되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며 '나'의 관심이 부디 보라색 치마에게 선한 영향력이 있기를 바랐고

'보라색 치마'가 만날 세상이 아름답기를,
그녀가 잘 헤쳐나가길 바랬다. 

 

마치 어린아이의 걸음마를 응원하듯.

 

 

 


 

 

편하게 읽히지만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어려워진다. 

내가 '나'라면, '보라색 치마'라면 

그들의 직장동료였다면 
소설 속 그들과 다를 수 있었을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요

그런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직면해야할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