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리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당신이 나를 잊어도 나는 당신의 모든 삶을 기억하며 추억한다.

나탈리H 2020. 9. 29. 09:35

2008년 作

감독 - 데이빗 핀처

주연 -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벤자민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나이 든 부인이 병원에 입원해서 자기의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합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앞을 못 보는 시계장인 개토씨는 결국 전쟁으로 아들을 잃고 시계 만드는 일에만 매진하고 기차역에 걸릴 시계를 공개한다. 그의 시계는 일반시계와는 달리 거꾸로 가는 시계였다.  전사한 자식들이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시계를 만들었다고 밝힌 뒤 사라졌다고 한다. 

 

 


개토씨가 사라진지 얼마 안 된 시점,1918년 제 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스. 한 부유한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는 쭈글쭈글한 노인의 외모로, 도저히 갓 태어난 신생아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괴상한 외모로 태어난다. 아이를 인정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아이를 양로원 앞에 버리고 와버린다. 벤자민이라는 이름은 갖게 된 아이는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젊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개토씨의 바램처럼 삶을 거꾸로 살게 된 벤자민. 그리고 여전히 할아버지 같은 외모를 가진 12살 무렵,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다. 벤자민은 점점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간다. 선원이 되어 뱃일을 하며 세계를 떠돌던 벤자민은 머물던 호텔에서 애봇 부인(틸다 스윈튼)을 만나게 되고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녀와의 길고도 짧았던 만남이 끝나고 돌아온 벤자민은, 도시의 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있던 데이지와 다시 만난다. 데이지는 여느 대학생처럼 밝고 생기 넘치는 젊음을 가졌지만,  성숙해지고 신중했던 벤자민과 달랐다. 그렇게 둘은 어긋난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다가 결국 둘은 사랑에 빠지고 아이까지 가지게 된다. 그러나 점점  나이 들어가는 데이지와는 달리 벤자민은 점점 어려지는데... 

 


전체 줄거리 및 스포일러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인 F.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제작된 영화입니다. 보는 내내 분장 기술도 놀랍지만 할아버지에서 결국 젊어져서 미친 미모를 뽐내는 브래드피트를 보는 동안  영화 러닝타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갑니다. 짐작했겠지만 영화 시작에서 병동에서 거의 죽어가는 늙은 부인은 데이지입니다. 젊은 시절 데이지는 무용은 전공하며 세계를 떠돌던 벤자민과 편지를 주고받는데 애봇 부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벤자민의 편지를 받고 데이지는 잠시 서운한 감정을 느끼기는 하지만 신나는 대학생활을 즐기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로 더 이상 무용을 할 수 없게 되고 곁에 남아있던 벤자민을 보고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둘이 다시 사랑하게 됩니다.

 

벤자민은 우연히 자신을 알아본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성이 '버튼'임을 알게 됩니다. 단추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벤자민은 데이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데이지와 아이를 낳은 후 재산을 남겨두고 떠납니다. 점점 어려지는 자신의 모습이 데이지에게는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데이지는 다른 남자와 다시 결혼하고 나중에 10대 청소년의 모습으로, 데이지와 벤자민은 재회합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몇 년 뒤 데이지에게 전화가 옵니다.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치매에 걸린 벤자민을 발견한 사람들이 그녀에게 전화를 한 것입니다. 그렇게 데이지는 어린 벤자민을 키웁니다. 벤자민은 데이지의 이름도 잊고, 걷는 법도 잊게 되고, 결국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간 벤자민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표정으로 데이지를 한 번 바라보고 눈을 감습니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벤자민과 데이지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

 

브래드피트도 브래드피트인데 

케이트 블란쳇이 너무 그림처럼 예뻐요

무용하는 모습은 정말 소름돋게 예쁘더라고요...

저 시절이

영화에서 둘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입니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감성으로 만났던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죠.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지은 '김난도'교수님은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직 청춘이겠지만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건강한 20대에는 패기와 용기는 있을지 몰라도 지혜나 신중함이 부족하기도 하고 세상을 알고,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60대에는 20대의 넘치는 체력이 없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벤자민은 축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노인의 모습으로 선원으로 일하던 벤자민에게 애봇부인은 뱃일을 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니냐고 묻자 벤자민은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더이상 설명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애봇 부인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뒤 애봇 부인은 어린 시절 꿈이었던 바다를 수영으로 건너게 되고 뉴스에도 나오게 되죠. 이 장면으로 생각해보면 '나이'나 '겉모습'은 우리가 피할 수는 없지만 장애물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10번은 넘게 본 것 같고, 좋아하는 부분을 돌려 본건 100번도 넘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이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이유는, 볼 때마다 마음에 들어오는 장면이 다르기 때문인것 같아요. 

 

평생을 사랑해온 데이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떠나는 모습은, 처음에는 이해가 안갔는데 점점 이해가 됐습니다. 아이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결국 나중에 데이지는 혼자서 두 명의 아이를 돌보게 될 테니까요. 떠나는 벤자민을 보면서도 데이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떠나는 그가 더 힘들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세상의 진리처럼 나오는 말이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인데요. 둘의 타이밍이 조금 더 잘 맞았다면 둘이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과 선원으로 일하며 세상을 돌아 다니고, 애봇 부인과 성숙한 관계를 맺어본 적 있는 벤자민에게  철없던 대학생 데이지는 너무 어려운 존재였는지도 모릅니다. 이해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데이지 주변에는 재밌고 쾌활한 남자들이 늘 많았으니 벤자민은 지루한 사람이었을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항상 데이지보다 성숙했던 벤자민은 데이지의 품에서 어린아이가 되고 맙니다. 어린 꼬마의 모습으로 치매를 앓아버리던 벤자민을 데리고 요양원으로 들어갔던 데이지의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데이지는 벤자민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이젠 내 이름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랑. 그리고 결국에는 내 이름을 따라서 말하지도 못하고 내 손을 잡고 걸을 수도 없고 품에 안긴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가 되어버립니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가만히 데이지를 쳐다보다가 눈을 감아버리는 벤자민을 껴안고 있던 데이지의 모습은 아름답기는 했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세상을 다 살아버린 아기... 데이지는 벤자민의 모든 인생을 기억해주었고, 벤자민은 데이지의 모든 인생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벤자민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말할 사람이 필요할 때, 위로가 필요한 순간 데이지는 23살이었고 너무 어렸어요. 벤자민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이 화려한 파티와 삶을 즐기기에 바빴으니까요. 하지만 벤자민은 항상 데이지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있었던 것 같아요. 데이지의 마음이 공허해서 그가 필요할 때, 눈 앞에 벤자민이 있지는 않았지만 데이지의 마음속에 벤자민이 있어서 그에게 굿나잇 인사를 할 수 있었고, 사고로 무용인생이 끝났을 때도 벤자민은 그녀 곁에 있었어요. 항상 그녀의 곁을 지켜준 벤자민에게 데이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의 삶 마지막 순간에 함께 해주는 게 아니었을까요. 

 

 


영화에서 나오는 무한대 ∞ 

 

영화에서 인물들의 인생은 돌고 돌아갑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어하며 떠나버린 개토씨는 벤자민과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고, 어린 벤자민의 죽음을 데이지가 임종 직전까지 생각하고 딸 캐롤라인과 일기장을 읽으며 떠올리죠. 영화의 시작과 끝나는 장면도 같아서 영화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하면 데이지도 다시 태어날 것 같아요. 벤자민처럼 나이든 할머니의 모습으로 ..... (ㅜㅜ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한대 기호에서 두 원이 만나는 점이 하나가 있는데 아마 그 지점이 벤자민과 데이지가 비슷한 나이에 만나 사랑하게 되는 시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만나기 위해서 인생을 돌고 돌아 온게 아닐까요. 벤자민은 애봇부인에게 진심이었지만 애봇부인의 인생과 벤자민은 무한대 기호의 가운데처럼 접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무한대는 사람에 따라 불교의 윤회사상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각자의 해석이 다양합니다. 무한대 기호의 가운데 접점처럼 모든게 들어 맞았을 때 인생이 사건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데이지의 교통사고 역시 그랬겠죠. 사고에 연관된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늦잠을 안잤거나, 커피를 안샀거나, 제때 포장을 했거나 그랬다면 택시가 데이지를 칠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번에 내 마음에 들어온 장면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한 번 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봤습니다. 벤자민이 떠난 후 데이지는 다른 남자와 재혼해서 딸 캐롤라인을 키우고 있었는데요. 발레교습소를 하고 있던 데이지를 아주 젊은 청년이 된 벤자민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벤자민은 자기 딸 캐롤라인도 보고, 데이지의 남편도 만나는데요. 딸 캐롤라인 입장에서 생각해봤습니다. 시간이 지난후에 내 아빠가 거의 내 또래의 남자의 모습으로 나를 만나러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 사실을 엄마가 죽기 직전에 말해줬고 벤자민이 엄마의 손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면요. 무슨 감정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짐작도 안가는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영화보면서 그 장면에 대해서 곱씹게 되더라고요. 

 


제 리뷰에는 정답도 없고 결론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 영화를 몇 번을 더 볼지 모르겠어서 결론을 내리고 싶지도 않고요. 아마 5년뒤, 10년 뒤에 이 영화를 본다면 그땐 또 다른 부분에서 감정이 동요할 수도 있겠죠. 그저 아직 이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 영화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