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리뷰] 카페 벨에포크 - 우리 모두에게는 벨에포크가 있었거나 있을것이다. 어쩌면 오늘일지 모를 당신의 벨에포크.

나탈리H 2020. 10. 10. 08:56

 

2020년 개봉

감독 - 니콜라스 베도스

주연 - 다니엘 오떼유, 기욤 까네, 도리아 틸리에, 화니 아르당

 

 

나탈리로그


줄거리 

 

빠르게 변해가고 갈수록 편해지는 세상이 불편하기만 한 빅토르. 인공지능에 적응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아내나 아들과는 달리 그런 신문물이 좋은 시절을 다 망가뜨렸다며 과거에 빠져 사는 모습을 보인다. 만화가로 삽화를 그리던 빅토르는 결국 실업자가 되고, 아내 마리안느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아들의 친구 앙투안의 추억 여행사업의 고객이 되어 빅토르는 가장 돌아가고 싶던 장소로 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아직 영화를 안본 사람이라면 '트루먼 쇼'를 생각하면 쉽다. 한마디로 내가 '트루먼'이 되고 시대나 모든 공간의 설정을 내가 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가장 그리워하던 시절로 돌아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빅토르가 돌아가고 싶었던 때는 아내 마리안느와 데이트를 하던 때였다. 처음 데이트하던 그 기분을 떠올리며 한껏 멋을 부리고, 마리안느처럼 입고 마리안느처럼 행동하는 낯선 여성과 데이트를 즐긴다. 

 


벨에포크

 

"La belle époque" 는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라는 뜻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의 시기를 말하는데 일시적으로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말하기도 한다. 당시 파리에서는 예술과 문화가 번창하고 패셔너블한 신사숙녀도 넘쳐났다. 당시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물랑루즈, 예술가들이 모이던 레스토랑 맥심, 에펠탑,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등이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좋았던 시기를 떠올리며 사람들은 그 시기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며 '벨 에포크'라고 불렀다. 

 


카페 벨에포크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영어로는 'golden age', '황금의 시대'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누구에게나 너무 행복해서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있을것같다. 빅토르가 마리안느와 만나던 시기를 생각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만화를 그리는 모습은 정말 몰입감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어딘가에서 감정이 폭발하지는 않는다. 프랑스영화스럽게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어느새 내가 주인공 시점에서 영화를 다루고 있다. 갑자기 마리안느 역의 배우가 바뀌는 씬에서는 빅토르처럼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빅토르와 같은 벨에포크를 보낸 적은 없지만 그냥 마음이 헛헛해지기도 한다. 나도 가끔 빠른 변화가 무서울 때가 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의 발전을 생각해보고 앞으로의 변화를 생각해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초등학교 때 '과학의 날'마다 과학상상화나 글짓기를 했었다. 그때 상상으로 그렸던 것들이 많이 현실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그렇다. 더 이상 놀이터에서 친구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엄마 모임 다녀올게' 하는 쪽지를 남길 필요도 없고, 전학 간 친구한테 우표 붙여서 편지 보내는 일도 이젠 없다. 가끔은 촌스럽고 불편하지만, 그런 것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그렇다. 아무 생각 없이 삶에 지쳤을 때 보면 정말 힐링되는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