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리뷰] 미드나잇 인 파리 - 내가 꿈꿔온 과거를 만나고 그곳에 머물 수 있다면

나탈리H 2020. 10. 29. 14:52

2011년 作

2012년 개봉 

감독 - 우디 앨런 

주연 -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줄거리 

 

할리우드에서 각본가로 꽤나 성공한 길(오웬 윌슨)은 약혼녀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와 그녀의 부모님과 파리 여행을 간다. 여러모로 이네즈와 이네즈의 가족과는 안 맞다. 소설가로 전향하고 싶은 길을 이네즈는 응원해주지 않고, 파리에서 만난 친구 부부 앞에서 노골적으로 친구 남편과 길을 비교하며 무시하기도 한다. 이네즈는 친구 부부와 춤을 추러 가고 길을 혼자 파리의 밤을 거닐게 된다. 그렇게 자정을 알리는 시계와 함께 나타난 차에 홀린 듯 타게 되고 그 차에서 내리고 길이 만난 사람은 길이 늘 동경해오던 예술가들이었다.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피카소와 거트루드 스타인. 그리고 당대 모든 예술가들의 뮤즈였던, 눈부시게 아름다운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 길은 밤마다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밤마다 사라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네즈의 부모님은 길에게 미행을 붙인다. 

 


우선 너무 매력적인 주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파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영문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여러 번 본 영화다. 그래서 파리에 살고 싶다는 길이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여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두고 굳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예비 신랑이 속 터지는 것도 이해가 됐다.

 

가족들을 만나서 식사를 하면서도 길이 이네즈의 가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내내 했는데 이네즈의 부모님 역시 길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식사장소에서 친구 부부를 만나고 같이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부터 사실 이네즈가 이해가 안 갔다. 마치 길을 무시할 기회라도 찾고 있었던 것 마냥 친구 부부 앞에서 길을 무시하고, 소르본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친구 남편 말을 듣자며 길의 말을 끊어버렸다. 

 

미드나잇 인 파리

(이 장소는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인데, 저 장소에서 넋을 놓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그림앞에서 신나게 설명을 늘어놓는 친구 남편과 친구보다 더 친구 남편에게 관심이 많아 보이는 이네즈,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길. 길 빼고 다 신이 나서 밤이 되자 다 같이 춤을 추러 가고 길은 약혼녀만 보내고 혼자서 파리의 밤거리를 거닐며 소설에 대한 생각으로 빠져있을 때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어디선가 들리고 오래돼 보이는 차가 길 앞에 선다.  

 

 

미드나잇 인 파리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차에서 내려서 들어간 파티장에서 길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건 사람은.. 바로 스캇 피츠제럴드. 옆에는 약혼녀 젤다.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젤다는 피츠제럴드의 애를 태운다. 길을 이렇게 밤마다 자정에 나와서 세기의 예술가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바쁘다. 

약혼녀 이네즈는 밤마다 친구 부부와 놀러다니기에 바쁘고, 서로에게 소홀해지지만 그것도 느끼지 못하는 채로 1920년대의 파리에 푹 빠져버린 길. 헤밍웨이, 거트루드 스타인에게 글을 보여주고 싶어서 낮에는 열심히 작품 활동에만 집중하고, 밤에는 시간여행을 하기에 바쁘다. (영화에서 피츠제럴드로 나오는 배우는 우리가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만나왔던 로키...) 

 

1920년대의 파리는 길이 늘 꿈꾸던 세계였는데 길이 빠져버린 건 비단 1920년대의 파리뿐이 아니었다. 당시 예술가들의 뮤즈이자 피카소와 교제 중이었던 애드리아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

 

패션 공부를 하러 왔다는 애드리아나는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다. 묘한 매력을 뿜는 애드리아나는 피카소와 교제 중이었지만 헤밍웨이 역시 애드리아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골동품을 파는 앤티크 샵에서 길은 애드리아나의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 일기장에는 실제로 '길'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길이 자신에게 귀걸이를 선물하고 그날 밤 사랑을 나눴다는 일기를 읽게 된 길은 그날 귀걸이를 사들고 다시 1920년대로 가지만 애드리아나는 헤밍웨이와 떠났다는 말을 듣고는 좌절한다. 하지만 결국 다시 애드리아나를 만나고 귀걸이를 선물하고 둘이 입을 맞추려는 순간 둘의 앞에는 마차가 나타나고 그 마차를 타고 둘은 1800년대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에서 과거로 가게 된 것이다. 그 시대를 동경해왔던 애드리아나는 그 곳에 머물러싶어 하고, 길은 황금시대, golden age는 1920년대라며 애드리아나에게 돌아가자고 하지만 애드리아나에게 golden age는 1800년대였다. 

 

그렇게 홀로 돌아온 길은 이네즈와 헤어지고 혼자 파리 거리를 거닐던 중, 노점상에서 일하던 레아 세이두를 만나고 비 오는 파리의 거리를 걸으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1. 파리와 예술

 

처음에는 파리여행이 그리워서였는데 보다 보니 헤밍웨이나 스캇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같은 거장들 뿐만 아니라 영화, 미술 분야의 천재들도 나와서 보는 재미도 있고 은근히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거장들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느낌이라서 여러 번 봐도 지겹지가 않았다. 다음 포스팅은 이 영화에 나오는 예술가들을 적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2. 판타지속의 현실성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굉장히 사실적인 요소가 많다. 이네즈가 친구남편한테 관심 있는 건 영화를 보는 사람은 다 느낄 수 있는데 정작 영화 속에서 길은 모른다. 자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글을 본 거트루드 스타인과 헤밍웨이의 말을 듣고서야 이네즈가 친구의 남편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현실적이지 모르지만 사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듯,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해도 실제로 당해봐야지만 정신 차리는?, 그런 경우. 

 

사실 궁금한건 저 둘이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었을까?이지만... 사실 너무 다른 두 명이 사랑에 빠지는 것도 흔한 일이다. 

 

 

3. 눈길을 끄는 배우들/ 레아 세이두와 카를라 브루니

거리의 잡화점에서 일을 하는 가브리엘(레아 세이두)는 콜 포터의 음반이 들어와서 길이 생각났다고 말하며, 묘하게 길과 통하는 면모를 보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다리에서 우연히 길과 만난 가브리엘은 비가 오자 '젖어도 상관없어요, 전 파리는 비 올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는 영화 초반에 비가 와서 짜증을 내는 이네즈에게 길이 했던 말이다. 와 둘이 운명이야! 그것도 이네즈랑 헤어졌는데! 싶었는데 그렇게 치면 영화의 테마처럼 가브리엘도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길이 헤밍웨이와 거트루드 스타인에게 보여줬던 소설이 나중에 실제로 발간되었고, 그 발간된 소설을 읽은 미래의 가브리엘이 과거로 돌아와서 길과 사랑에 빠지기 위해서, 길이 이네즈와 헤어진 타이밍에, 비 오는 타이밍에 길을 만나려고 기다린 건 아닐까? 하면서 상상해보기도 했다. 사실 비중이 작다면 굉장히 작은데, 유난히 좋아하는 배우이다 보니 의미를 부여한 것 같기도 하지만...

아니면 이 모든것은 작가인 길의 상상일 수도? 예전에 '파리의 연인' 드라마가... 굉장히 허탈하게 작가 지망생 '김정은'의 소설이라는 결말 이후로 항상 뭔가 의심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미술관에서 가이드로 나오는 카를라 브루니는 사실 나중에 알았는데 프랑스의 영부인이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애드리아나의 일기를 골동품점에서 산 길이 프랑스어를 못해서 도움을 받으려고 찾아간다. 영화에서 마리옹 꼬띠아르가 워낙 예쁘고 레이첼 맥아덤스가 유난히 사랑스럽다 보니 눈에 띄지는 않았는데 뇌쇄적인 느낌이 있었고 정말 짧은 역임에도 강한 인상이 남더라고요.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 놀라웠다.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기는 했어.. 

 

4. 과거는 과거라서 아름답다. 

 

길은 1920년대를 황금기(벨 에포크)라 여기며 동경했다. 1920년대를 살아가는 애드리아나와 1890년대로 갔고 1890년대를 동경하던 애드리아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1890년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르네상스를 문화의 황금기로 생각하며 현실을 지루하게 여긴다. 1890년대에 남고 싶어하는 애드리아나와는 달리 길은 인간이란 항상 다른 시대를 동경하며 인생을 불만족스럽게 여기며 갖지 못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온다. 과거를 회상하며 그리워하기보다는, 언젠가 과거가 될 현재를 아름답게 가꾸는게 훨씬 더 가치있다는 걸 알려주는 영화.  


파리에 다녀온 적이 있다면, 파리에 떠나고 싶다면, 영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좋은 영화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