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리뷰] 천문 : 하늘에 묻는다 /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가 지켜주고 싶다.

나탈리H 2020. 10. 1. 09:00

2019년 作

감독 : 허진호

주연 : 최민식, 한석규

 

 

천문:하늘에 묻는다

 

* 이 포스팅은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감상평입니다.  

 

 


국뽕? 브로맨스? 그래서 뭐

 

저는 천문을 극장에서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정말 감명 깊게 봤고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같이 본 남자(신랑)는 그저 그런 영화였다고, 배우들의 연기만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감정을 강요할 수도 없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도 각기 다르죠. 제 주변에는 기생충 보고도 이게 뭐냐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남들이 다 좋다고 한다고 나도 좋게 볼 필요는 없고, 남들이 다 별로라도 해도 내 의견에 자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죠! 

사실 저는 천문은 정말정말 별점 10개를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국뽕이네 브로맨스네 별로라는 분들도 많지만 그냥 참 좋았어요. 국뽕이면 좀 어때요, 역사상 세종대왕만큼 백성을 사랑했던 왕이 얼마나 있었나요? 브로맨스면 좀 어때요 왕의 꿈을 이루어주고 재능을 가진 신하를 아낀 게, 영화를 폄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스토리면에서, 역사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고 고증이 잘못된 부분들이 있을수도 있지만 저는 내용 자체에 의미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어디가 오류인지 찾을 만큼의 지식이 없기도 하지만...

제가 특별히 이 영화에서 좋았던 포인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도 어릴 때 부터 하늘 보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왕과 노비. 그들에게 하늘이란. 

 

세상 꼭대기에 있는 왕. 그 어디도 올려볼 필요가 없었던 세종에게 하늘은 마음놓고 올려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비였던 영실은 어디서도 당당하게 고개들수 없었지만 하늘은 아무런 의식 없이 마음껏 올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런점에서 하늘은 두 사람에게 유일한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흔히들 1등보다는 2등이 마음 편하다고 하지 않던가. 내려올 곳 밖에 없는 가장 높은 곳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 꽤 크다고 생각한다. 한번쯤 무언가를 올려다보고 싶었을 세종에게도 하늘은 '위로' 였을 것이다. 

 


내 하늘에 너의 꿈을 그린다는 것. 

 

세종의 꿈은 '우리'시간을, '우리' 절기를 가지는 것이었다. 백성들이 우리나라 절기에 맞게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할 수 있길 바랬는데 영실은 세종의 꿈을 실현시켜줄 손을 가지고 있었다. 영실의 꿈은, 그저 보고싶은 하늘을 실컷 보며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발명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종의 하늘, 조선의 하늘에 영실의 꿈을 그려넣으며 세종의 꿈도 실현되어갔다. 영실은 세종의 꿈을 응원하며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도왔고, 세종은 영실의 재능을 후원하고 응원했다. 그렇게 둘은 왕과 신하를 넘어 같은 꿈을 가진 동지로 곁에 있었다.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 

 

세종은 영실에게 관직을 주고 재능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러나 신하들의 반대로 별정직 정도밖에 줄 수 없었지만, 영실에게 하늘을 주었다. 둘은 같은 곳을 보며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영실이 세종에게 줄 수 있는것은 없었지만 세종의 하늘에 별을 선물했다. 비 오는 날 별을 보지 못해 아쉬운 세종의 방에 초를 끄고 문풍지에 구멍을 뚫어 별을 만들어주고, 그렇게 영실은 최선을 다해 세종에게 별을 선물했다. 영실이 없는 세종의 삶에는 빛이 없고, 세종이 없는 세상, 세종의 꿈이 없다면 영실의 삶에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세종의 꿈은 영실이 어떻게 해서라도 지켜주고 싶었을 거라 생각한다. 

 


세종의 꿈을 지켜주는 것

 

세종은 글자를 만들고 싶어했다. 모든 백성이 읽고 쓸 수 있는 쉽고 간편한 글자. 그러나 중국을 섬기던 시대에 한문이 아닌 다른 글자를 갖겠다는 것, 조선의 근간인 사대부의 글자인 한문 대신 다른 글자를 만들겠다던 세종의 꿈은 너무 큰 꿈이었다. 세종을 영실을 지키기 위해서 글자를 포기하려 하지만, 영실은 세종이 꿈을 포기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을 볼모로 신하들은 세종의 꿈을 계속해서 막을 것이고, 그걸 지켜보고 세종 곁에 남아있느니 차라리 세종의 꿈을 위해 자신이 역모를 위해 세종의 안여(가마)를 망가뜨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대호군 장영실이 안여(安與) 만드는 것을 감독하였는데 튼튼하지 못하여 부러지고 허물어졌으므로 의금부에 내려 국문하게 하였다. 

세종실록 1442년 3월 16일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장영실은 실제로 안여가 망가짐에 문책을 받으며 곤장 80대형에 처하게 되고, 이후 그 어떤 역사에서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이에 영감을 받아서 감독은 영화를 제작했고, 영화이다 보니 극 중 표현이나 감정선의 흐름이 극적인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니 영화로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완벽했고 젊은 세종부터, 나이 든 세종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한없이 인자한 성군의 모습, 단호하게 왕의 위엄을 보여준 한석규 배우의 연기는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과학밖에 모르던 과학바보 장영실을 연기한 최민식 배우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세종을 처음 만나던 날 '조선의 것으로 조선의 것을 만들면 됩니다.'라고 말하며 머쓱하게 웃는 모습, 왕이 내린 관복을 입으며 엉엉 울던 모습, 자신이 역모를 꾸몄다며 미친 듯이 소리 지르던 씬까지 완벽했던 영화입니다. 

 

사실 장영실은 초등학교때부터 배우고 장영실의 발명품은 빼놓지 않고 배우는데 장영실의 기록 자체가 많지 않아서 장영실을 주제로 한 작품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부끄럽게도 저는 왜 장영실의 발명이 대단한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같습니다. 왜 세종이 장영실로 하여금 자격루를 만들게 했고 간의를 만들게 했는지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은 창제한 그 자체도 물론 훌륭하지만 당시 얼마나 큰 반대에 부딪혔는지도 영화를 통해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