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리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 누구나 겪는 첫사랑에 대해서

나탈리H 2020. 12. 9. 11:06

 

2018년 개봉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주연 :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줄거리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가족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책 읽고, 음악 듣고, 수영하고 무료하지만 평화로운 날을 보내던 엘리오의 별장에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올리버(아미 해머)가 찾아온다. 엘리오의 가족들과 함께 여름을 보내게 되고 올리버.

 

 

본 포스팅에는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영상미 

 

이탈리아의 한여름을 너무 아름답게 담은 영화. 11월에 다녀온 이탈리아 남부는 일광욕을 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따뜻했는데 당장이라도 이탈리아가 너무 그리워지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스토리를 빼놓고라도 (빼놓을 수가 없지만) 영상 보는 재미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티모티 샬라메와 아미 해머 (극 중 엘리오와 올리버)의 케미가(외모도,,,) 너무 좋았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영화입니다.

 

 

'누구'를 보다는 '사랑' 그 자체, 모든 사랑은 고귀하다.

 

사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는 티모시 샬라메의 미모가 너무 예뻐서 그냥 단지 청춘영화인가보다, 하이틴 영화인가 싶었는데요 혼란스러운 사춘기 시절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이 주인공 엘리오에게는 처음에는 그저 불편했었나 싶어요. 같이 지내게 된 올리버에게 처음부터 호의적이지는 않았거든요. 그의 말투(later)에서 트집을 잡는 내용도 그렇죠. '다음에 보자'는 인사로 자꾸만 "later"이라고 성의 없게 던지는 듯한 올리버의 말투가 예의 없는 게 아니냐며 가족들에게 묻는데 사실 저는 그 장면을 보며 그런 가볍게 던지는 무성의한 올리버의 말투에서 엘리오는 서운함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원래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지다 보면 그 사람에 작은 것에도 신경이 쓰이고 예민해지니까요. 

 

 

 

 

올리버가 쳐달라는 피아노곡을 다른 버전으로 계속 바꿔치는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흔히들 말하는 '밀당'이라고 생각했어요. 괜히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장난치다가, 그 사람이 포기하고 떠나려고 할 때쯤 원하던 대로 쳐주며 그 사람을 머물게 하는,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모두에게 비슷하게 표현되는 것 같죠. 

 

 

 

 

 

마을 구경을 시켜주면서 엘리오와 올리버는 둘이 보내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요. 사실 이런 장면들에서도 올리버에 엘리오에게 호감표시를 하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지나치게 친절해 보이기도 하고 약간의 거리감을 일부러 두는 것 같기도 했고요. 은근히 어깨를 치는 행동이라던가, 상의를 입지 않고 반바지만 입은 엘리오의 어깨를 매만지는(뭉쳤다며 풀어주는) 장면에서도 남자들끼리의 흔한 스킨십은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섬세함(?)ㅎㅎ 을 느꼈거든요. 근데 이때는 엘리오도 그냥 혼란스럽기만 했던 것 같아요. 

 


표현하고 나면 더 커지는게 사랑

 

어쩌면 올리버는 자신의 감정을 알면서도 섣부른 행동이 엘리오에게 상처를 줄까 봐 신중했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엘리오의 용기로(자신만의 아지트에서 올리버에게 키스를 했죠) 둘은 서로 느끼는 감정에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사랑을 시작합니다. 소년미에 보호본능을 일으키지만 꽤 지적인 엘리오와 성숙하면서도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올리버의 사랑은 보는 저까지 두근두근 하더라고요. 하지만 둘의 사랑을 기한이 정해져 있는 사랑이었어요. 여름이 끝났고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 '복숭아'의 계절이 끝날 때쯤 둘도 이별해야 하니까요.

 

(복숭아 이야기는 영화로 꼭 확인하세요 ㅎㅎ)  

 

강에서 수영을 하던 둘은 산으로 여행도 가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유를 만끽하는데요 어쨌든 이별의 시간은 다가왔어요. 올리버가 떠난 후 엘리오는 훨씬 성숙해진 것 같아요. 

 

 

우수에 찬 눈빛이... 너무 매력적인 티모시 샬라메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감정을 나눈 올리버였기에 엘리오의 상실감은 정말 컸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쩌면 올리버와 사랑을 나눈 그 날을 후회했을 수도 있고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감정을 확인한 게 불편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루어질 사랑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올리버가 떠나는 게 엘리오에게 더 마음 가벼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가도... 첫사랑을 보낸 후의 엘리오의 눈이 너무 슬펐다가... 엘리오에게 휘둘려버리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영화의 러닝타임이 끝나가는데요. 


아버지와 아들, 남자와 남자 그리고 공감과 이해

 

 영화평을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엘리오의 아버지더라고요. 이미 올리버와 엘리오의 사이를 눈치를 챈 아버지. 그리고 그 관계의 소중함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아버지. 자세한 내용은 꼭 영화로 확인하셨으면 좋겠어요.(이미 보셨다면 이해하시겠죠?!) 글로 읽는 것보다는 그 공간에서, 아버지의 무게로 엘리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보듬어주는 그 모습이 너무 멋지게 보였고, 혹시라도 나중에 나도 저런 일이 생긴다면 성숙한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도 어쩌면 아내(엘리오의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아들에게 했다는 게 굉장하게 느껴졌고 아들 엘리오에게는 무엇보다 큰 용기와 위로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지난날에 후회를 했다면 그렇지 않고 오히려 다행이고 축복이었다고 안심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마지막 장면, 불멍 

 

“Call me by your name.and I'll call you by mine,”

그저 육체를 탐한 사랑이 아니라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되는 사랑을 나눈 둘.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되고 엘리오는 올리버가 결혼한다는 전화를 받고 한참 동안 벽난로의 장작을 응시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모르겠어요 엘리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엘리오에게는 'Love of my life'였을 올리버가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한다니... 영화에서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자신의 아버지는 굉장히 엄해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게 들키면 정신병원에 보내버릴 거라며 보수적인 집에 대한 암시를 하는데요, 집안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여자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그냥 결혼한 걸까... 나는 올리버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혼자 엘리오에 빙의해서 한참을 생각했는데요. 

 

사랑은 다 똑같지만 모든 사랑은 각기 다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그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공감하며 아파할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그냥 '사랑'이라는 공통분모의 감정을 가지고 충분히 공감했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