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리뷰] 박화영 -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하지 않아야 할 사실을 보여주는 영화(스포포함)

나탈리H 2021. 4. 20. 16:57

2018년 개봉

감독 : 이환

주연 : 김가희 (박화영 역)

 

줄거리

 

 고등학생 박화영, 18살 , 없어도 있는 가족, 있어도 없는 친구 
 박화영의 집에 모인 모두는 매일 라면을 먹고, 매번 담배를 피우고 동갑인 화영을 ‘엄마’라고 부른다.
 화영에게는 단짝인 무명 연예인 친구 미정이 있다.
 미정은 또래들의 우두머리인 남자 친구 영재를 등에 업고 친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군림한다.
 화영을 이용하고 괴롭히는 영재는 화영과 미정, 둘의 사이가 마땅치 않다.
 어느 날 화영의 집으로 들어온 또 한 명의 가출 소녀 세진은 영재와 심상치 않은 관계가 된다.
 그리고 미정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게 된 화영은 세진을 가만두고 볼 수가 없다.

 

 


 

 

너무 불편해서 두 번은 보기 싫은 영화

 

영화 박화영을 처음 봤을 때는 비위가 상할 만큼 역겨웠다. 시도 때도 없이, 앞뒤 상황도 없이 세상 험한 욕을 하고 여기저기 침을 뱉고, 입안에 음식을 가득 넣은 채로 갑자기 담배를 물고... 그냥 역겨운 모든 것을 모아놓은 영화 같았다. 여자 친구가 있든말든 남자 친구가 있든말든, 채우고 싶은 욕구를 위해서 부정한 행동도 거침없이 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정말 보기 역겨울 정도로 실재적이었다. TV에서 들어본 적 있지만 실제로 마주하기 겁나는 그런 모든 상황들을 압축해놓을 영화였다.  

 

 

 

화영이는 뭐야...? 그냥 찐따아니야...?

영화 보는 내내 생각했다. 정신병자인가... 일진 축에도 못 끼는, 아무도 대접해주지 않는데 그 무리가 되고 싶어서 집 빌려주고 같이 어울리려고 하고, 말 그대로 약강 강약(약한 자들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들 앞에선 약한) 그런 비겁한 모습만 보이는 화영이 캐릭터가 정말 끔찍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가정을 꾸린듯한 엄마 집 앞에 가서 돈 내놓으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경찰들이 와서 제압을 해도 오히려 성희롱하냐면 억지를 피부던 박화영 캐릭터는 정말 정신병자 같았다. 그렇게 받은 돈으로.. 결국 치킨 먹을 거면서...

 


 

사실 영화 박화영을 두 번 볼 생각은 없었는데 무료한 일요일 저녁에 WAVVE에서 박화영 감독판이 있는 걸 보고 그냥 눌렀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게 됐다. 

 

있어도 없는 친구

 

화영이에게 하나뿐인 친구(?) 은미정, 미정이는 무명 연예인인데 일진들의 우두머리라고도 할 수 있는 잔인한 영재의 여자 친구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미정이에게는 아깝지 않은 듯이 미정이의 옷도 빨아주고, 라면 끓여주고 온갖 잡일은 다 해주는 것 같다. 

영재가 화영이를 때리고, 미정이랑 미정이 친구들이 화영이를 때려도 화영이는 미정이를 한 번도 미워해본 적이 없다. 영재의 협박으로 미정이가 화영이 집에 놀러오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친구들도 화영이집에 발걸음이 끊긴다.

 

어질러진 집을 치워놓고, 싱크대랑 화장실 청소도 하고 라면 끓일 준비를 하고 친구들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오지 않자 화영이는 갑자기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서 자퇴를 하겠다며 소란을 일으킨다. 선생님들한테 욕을 하고 교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 는데 화영이가 원했던 건 진짜 자퇴도, 내놓으라던 등록금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친구들이 "야 박화영 완전 미쳤어, 완전 웃겨" 하면서 자기이야기를 해주길 바랬을 뿐이었다. 영재한테 맞으면 비웃으면서 동영상을 찍고 같이 때리는 그런 것들도 친구라고... 

 


 

"내가 니 엄마잖아, 원래 이런 건 다 엄마가 하는 거야" 

 

화영이에게 엄마란 뭐였을까. 화영이도 엄마가 필요한 18살 소녀인데 어쩌다가 다른 친구들 엄마 노릇을 하며 안 겪어도 될 수모를 겪고 있는 걸까. 영화 박화영을 처음 볼 때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불편하기만 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면 두 번째에는 조금 달랐다. 

 

"엄마도 엄마 같은 엄마 만났으면 좋겠어"

 

화영이가 엄마에게 하는 말인데 보통은 엄마들이 "너 같은 딸 낳아서 고생해봐라" 하는데... 그래서 화영이에게 엄마는 없는 데 있는 존재다. 어쩌면 화영이가 미정이한테 해주었던 모든 말, 행동들은 엄마한테 받고 싶었던 사랑을 그대로 준 게 아닌가 싶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고 배려였다. 미정이가 상처 받는 게 싫어서 미정이를 괴롭히는 동료들을 때리고, 영재랑 뭔가 있는 것 같은 가출소녀 세진이를 때리고, 미정이가 갖고 싶은 운동화를 살 돈을 마련하려고 별짓을 다하는데 화영이는 그 옆에서 돕기는 도우는 와중에도 미정이를 보호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에서 화영이가 거칠게 행동하면 할수록 더 안쓰러웠던 것 같다. 외로울 때마다 거칠어지는 화영이. 요즘 고등학생들이 정말 저렇다면, "요즘 애들 무서워~" 하면서 피하고 방치할게 아니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진지하게 대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18살이라니 너무 예쁘고 아름다울 나이에 엄마가 떠나고 세상에 혼자 남아서 세상과의 소통이 서툴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늘 외로운 화영이는 때리고 욕해도 그냥 '친구인 척'하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작 자신의 소중함은 잃어버린 채 그늘진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냥 꼭 안아주고 싶다. 살다가 화영이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학대하면 안 되는 거라고 꼭 알려주고 싶다. 보면 불편하고 한숨만 푹푹 나오는 영화이지만 꼭 필요한 영화였고 메시지도 좋은 영화다. 하지만 또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물론 나중에 어쩌다가 보게 돼서 정주행 할 수도 있지만..ㅎㅎㅎ 

 

 

(이제부터 결말 스포가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

.

.

.

.

.

.

.

.

.

.

.

.

.

 

결말 스포 

 

영재와의 관계가 뜸해진 미정이는 영재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원조교제를 시도하고 영재에게 위치를 알려준다. 원래는 그들의 수법대로, 살짝 문을 열어놓은 호텔방에 영재가 들어와서 상대방 남자를 미성년자 성매매로 협박해서 금품을 갈취하려고 했는데 그 방법이 들통나면서 미정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들어와서 미정이를 구하려던 화영이가 성폭행을 당한다. 화영이를 두고 도망친 미정이는 영재를 만나고 같이 호텔방으로 가서 그 남자를 때리다가 그 남자는 죽고 영재는 도망치고...  화영이는 미정이를 내보내고 경찰에 자수한다. 

 

그렇게 몇 년 뒤에 SNS로 연락이 닿아 미정이랑 화영이가 다시 만난다. 같이 피우던 담배, 함께 쓰던 비속어, 더 이상 그런 것들을 즐기지 않는 미정이와 여전히 변하지 않은 화영이. 미정이는 화영이를 '엄마'라고 불렀던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음에 또 보자며 밝게 인사하던 미정이와는 달리 화영이는 그저 씁쓸해 보인다. 

 

그리고 화영이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화영이 집에는 마치 몇 년 전 그대로처럼 고등학생들이 화영이 집에서 라면을 먹고 있고 눈치 없이 아무도 재미있어하지 않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다. 몸과 나이는 성인이 되었지만 화영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또 다른 미정이와 함께 하고 있다. 

 

 

정말 마지막 결말까지 기 빨리는 내용입니다.

 

변해버린 성인 미정이를 바라보는 화영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손잡아 끌고 와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끝으로 박화영 캐릭터는 정말 쉽지 않았을 연기였을 것 같아요. 예쁜 장면은 한컷도 없고 영화에서 사랑받는 역할도 아니고요 ㅠㅠ... 그런데도 너무 훌륭하게 실감 나는 연기를 하신 김가희 배우님 너무 대단하신 것 같아요. 

 

말죽거리 잔혹사나 친구, 명작이라고 하는 학창 시절 청춘영화잖아요. 봐도 봐도 재밌고 시대의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작들인데 영화 박화영도 우리 시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스토리는 아니지만 모두가 알았으면 싶은 이야기.